논 의
본 연구는 임상실습을 경험한 간호대학생의 완화의료 지식, 의사소통 능력, 좋은 죽음 인식이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여, 간호대학생을 위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시행되었다.
완화돌봄 의향이란 간호사나 의료 종사자가 환자에게 완화의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 또는 준비된 정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으며[
21], 간호 의향과 관련된 요인들에 대한 교육과 중재는 간호 의향을 높여 실제적인 간호 행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은 100점 만점에 평균 77.74점으로 졸업학년 간호대학생의 완화돌봄 의향을 조사한 연구의 73.77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13],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을 직접적으로 조사한 선행연구는 국내외 모두에서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연구가 완화돌봄에 대한 지식과 태도, 인식 등의 조사에 국한되어 있어[
6,
22], 이제는 단순히 지식, 태도, 인식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완화돌봄에 실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변수인 완화돌봄 의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의사소통 능력(β=.23, p=.004)과 좋은 죽음 인식(β=.17, p=.021)으로 나타났다. 즉, 의사소통 능력이 우수하고 좋은 죽음 인식이 높을수록 소아청소년 완화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향이 증가하였다.
먼저 의사소통 능력이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었는데, 완화돌봄 의료에서 간호사의 의사소통 능력은 환자와 가족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그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의료진, 환자, 가족 간의 원활한 협업을 가능하게 하여 최선의 치료 결정을 내리고, 갈등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9]. 본 연구에서 간호대학생의 의사소통 능력은 5점 만점에 평균은 3.63점으로,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국내 간호대학생의 의사소통 능력을 조사한 연구와 유사하였다[
23]. 의사소통 능력과 대인불안 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9], 의사소통 능력의 하부영역 중 사회적 긴장완화, 주장력, 상호작용 관리, 효율성이 대인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포함시킨 포괄적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을 위한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국외에서는 의과대학생에게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의사소통 기술을 교육하기 위해 사례기반 역할극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평가한 연구[
24], 시뮬레이션 기반 훈련과 전통적인 교육 방법을 비교하여 소아 완화의료 의사소통 기술 교육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
25] 등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한 연구들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참고하되, 실제 국내 완화의료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인관계 갈등(환아와 가족의 관점, 의료인의 관점과 임상 환경 등)을 고려하여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실제 사용 가능한 의사소통술을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교육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좋은 죽음 인식이 완화돌봄 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좋은 죽음 인식은 4점 만점에 3.20점으로, 국내 간호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3.31점[
26]과 비슷한 점수를 나타내었고,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의 3.00점[
27]보다는 조금 높은 점수를 보였다. 좋은 죽음이란 죽음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고 조절감을 갖는 것으로[
10], 좋은 죽음 인식과 완화돌봄 의향과의 관계를 확인한 연구는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좋은 죽음 인식이 높을수록 연명의료 중단, 사전의료의향서, 안락사 등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
26,
27]를 고려할 때, 좋은 죽음 인식이 높을수록 환자 스스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지하고 생명 연장보다는 삶의 질과 고통 없는 죽음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형성하게 함으로써 연명의료보다는 완화의료 선택 의향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간호사는 생애말기 환자와 보호자의 상담자 역할뿐만 아니라 생애말기 환자의 임상증상과 통증관리 등에 대한 직접적인 간호를 제공하고 있는데, 간호사의 좋은 죽음 인식은 이처럼 말기 환자에게 신체적 문제 해결을 위한 간호 외에 여러 측면에서 전인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기초가 되며, 생애말기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26]. 따라서 향후 간호현장에서 생애말기 환자 간호를 담당할 미래의 간호사인 간호대학생에게 좋은 죽음 인식을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교육프로그램 제공은 말기 환자 간호의 질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한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한 번의 교육만으로 일회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가치관, 인성, 치유적 의사소통술 개발 등을 통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전공 만족도가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다. 특히 전공에 대해 ‘보통’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은 ‘만족’한다고 응답한 학생들에 비해 완화돌봄 의향이 유의하게 낮았으며, ‘불만족’ 집단과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전공에 대한 명확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가 완화돌봄이라는 고부담 간호 분야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선행연구에서도 전공 만족도가 완화의료 제공 의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된 바 있으며, 이는 간호대학생의 전공 만족도가 전문직 정체성 및 돌봄 실천 의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13]. 또한 Srisuwan 등[
21]은 말기 환자 돌봄 상황에서 간호사의 의사소통 역량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환자 돌봄에 대한 정서적 몰입과 직업적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는데, 이는 전공 만족도가 간호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 형성 및 윤리적 책임의식과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간호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와 의미를 형성하고, 말기 환자 돌봄을 포함한 다양한 간호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진로 탐색, 전공 적응, 직업 소명의식 형성 등을 포괄하는 교육적 지원이 요구된다.
한편, 본 연구에서 완화의료 지식은 선행연구 결과[
13]와 달리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r=.13,
p=.106). 그러나 완화의료 지식과 의사소통 능력 간에는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r=.16,
p=.048). 완화의료 지식은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과 직접적인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의사소통 능력과는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 지식 수준 향상을 위한 교육이 의사소통 역량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간접적인 연계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후속 연구에서 매개효과 등을 고려한 심층 분석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간호대학생의 완화의료 지식은 총점 20점 만점에 9.91점으로, 국내에서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간호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8.44점[
13], 아동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
6]와 비교해서 약간 높은 점수를 나타내었다. 또한 전 세계 간호사를 대상으로 PCQN 활용 연구 27편을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한 연구에서는 완화의료 지식 점수가 평균 9.68점으로[
28] 본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와 같이 본 연구를 포함한 다수의 연구에서 간호사 혹은 간호대학생의 완화의료 지식 수준은 20점 만점에 중간 점수 이하로 나타나 국내외 모두 완화의료에 대한 지식 수준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여전히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KR-20 값은 .32로 낮게 나타났으며, 이는 연구 대상자의 인식 수준이나 문항의 난이도 불균형 등으로 인해 항목 간 응집력이 약했을 가능성이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도구의 타당성과 문항 구성의 재검토가 요구된다.
본 연구의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을 11.9%만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 연구에서 포함된 변수들(의사소통 능력, 좋은 죽음 인식, 전공 만족도, 완화의료 교육 경험) 외에도 완화돌봄 의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즉, 단순히 지식과 태도, 의사소통 역량만으로는 학생들의 돌봄 의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고, 개인의 윤리적 가치관, 임상 경험의 질, 정서적 회복탄력성,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 종교적·문화적 배경 등과 같은 복합적 요인들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포괄적으로 탐색하고 모형에 포함하여 설명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간호대학생이 실제 임상 상황에서 경험하는 죽음과 돌봄 관련 경험의 질적 특성이나, 교육 과정에서의 임상실습 및 시뮬레이션 경험이 돌봄 의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간호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교육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완화의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른 간호 인력의 완화의료 역량 향상 또한 중요시되고 있으나 아직 간호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완화의료 교육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대한 교육은 거의 미비한 상황이다[
14]. 본 연구 결과에서 또한 완화의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36.1%,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은 63.9%로 완화의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대상자가 1/3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완화의료 교육을 받은 집단이 받지 않은 집단보다 소아청소년 완화돌봄 의향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나, 교육 경험이 의향 형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회귀분석에서는 교육 경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예측요인으로 나타나지 않아, 단순한 교육 유무보다는 교육 내용의 깊이, 교수 전략, 실습 병행 여부 등 질적 요소가 돌봄 의향 형성에 더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국내 간호학과의 완화의료 교육 현실을 살펴보면, 완화의료 교육이 일부 교과목에 단편적으로 포함되거나 선택 과정으로 제공되어 필수화되지 않아 많은 간호대학생들이 정규 커리큘럼 내에서 완화의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교육 또한 이론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임상에서의 실제 적용이나 의사소통 훈련, 윤리적 판단 훈련은 턱없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완화의료 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 교수나 임상경험이 풍부한 강사의 수가 부족하고 일반 간호학 교수에 의해 제한된 내용만 교육되어, 심화된 교육 제공이 어렵다. 무엇보다 완화의료 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표준 교육 가이드라인이 없고 대학 및 기관별로 교육 내용과 수준이 달라서 교육의 질 편차라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를 비롯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이론 위주의 일회성 단기 교육이 아닌, 한국 간호교육 체계 내에서 완화의료 교육의 필수화 및 표준화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 사례 중심 수업, 다학제 교육 접근법 등 현장 밀착형 교육 강화가 요구되는 바이다. 이미 국외에서는 EPEC-Pediatrics (Education in Palliative and End-of-Life Care for Pediatrics) [
29] 같은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을 운영되었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이러한 프로그램을 참고하여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국가 차원의 표준 교육 가이드라인 개발이 절실한 때이다.
향후 간호교육에서는 단순 지식 전달 중심의 강의식 교육을 넘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서 실제 발생 가능한 갈등 상황, 환자-가족-의료진 간 의사소통 장면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교육 모듈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의사소통 능력과 좋은 죽음 인식이 완화돌봄 의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두 요소를 통합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 설계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간호대학생이 임상현장에서 말기 소아 환자와 가족에게 전인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