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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Acad Soc Nurs Educ > Volume 31(1); 2025 > Article
북한이탈주민 간호학과생의 대학생활 경험: 주제분석 연구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provide an in-depth understanding of the college life experiences of nursing students who are North Korean defectors.

Methods:

A qualitative research design employing thematic analysis was utilized. The data were collected in November 2024 through in-depth, one-on-one interviews with the nine participants.

Results:

Six themes and 19 sub-themes were identified. The six themes were (1) recognition of the value of nursing through personal experiences; (2) the ongoing journey of academic challenges and adaptation; (3) the will to rise above challenges in life; (4) ambivalent emotions between belonging and isolation; (5) a spirit of giving rather than receiving; and (6) gratitude for irreplaceable freedom.

Conclusion:

This study revealed the perceptions of and academic challenges faced by nursing students who are North Korean defectors. Despite their hardships, they expressed gratitude for their freedom and maintained hopes for a brighter future. These findings are expected to serve as a foundation for developing targeted strategies to provide the necessary support for this population in the future.

서 론

연구의 필요성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 10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4.8%에 달한다[1]. 이민을 통해 다른 국가로 이주하여 정착하는 것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회에서 많은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해야 하는 일생일대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대한민국은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분단된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분단국가로 존재해 왔다. 남한과 북한은 동일한 문자와 언어를 사용하는 한민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국가의 체제는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은 일반적인 합법 이민과 달리 생존의 위협 속에서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향한 경우가 많아,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과정이 일반 이민자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2024년 9월 기준, 한국에 입국하여 거주 중인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3만 명이 조금 넘으며, 이 중 여성의 비율은 83.7%에 달한다[1]. 이들은 국내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국제법상 북한 국민으로, 이중적 신분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탈주민 입국 시 성인 남성의 단독 입국보다 가족 동반 입국이 증가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입국 당시 연령 분포는 30대와 20대가 각각 28.7%와 28.3%로 가장 많으며, 학력은 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등중학교 졸업자가 69.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1].
이들은 대부분 향후의 취업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기며, 대학진학률도 70%~80%로 높다[2]. 그러나 대학 적응이 쉽지는 않아서 입학 후에도 반복되는 휴학이나 제적 등으로 인해 졸업률은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다[3]. 중도 탈락의 주된 이유로는 남북한 학습 방법과 문화 차이, 기초학력 부족, 전공학과에 대한 정보 부족 등 학업상의 이유, 우울, 불안, 열등감, 무력감 등의 정서적 이유,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 등이 거론되고 있다[3-5].
한편, 간호학은 좋은 직업을 갖고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개발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들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으로 선정한 보건·의료직에 해당하는 학문으로[6], 2024년 기준 일반대학 30개와 전문대학 14개의 간호학과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다[7,8]. 이에 따라 성공적인 남한 사회 정착과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경제적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간호학을 전공하려는 지원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3,9,10]. 그러나 북한이탈 간호대학생들은 다른 북한이탈 대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 외에도 간호학 특유의 과중한 학업 부담, 기초학력의 차이, 영어로 된 의학 용어의 생소함, 전공 관련 정보 부족, 학업과 직업 병행에 따른 부담감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9-11].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 간호대학생을 위한 특화된 지원 체계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거의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의 높은 중도 탈락률이 적절한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이탈주민 입학 규정의 강화와 입학 규모 축소로 연결되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3].
의료 인력의 적정 공급은 통일 이후 보건의료체계 안정과 사회통합을 위한 필수 요소이며[12], 남한에서 성장한 북한이탈 간호대학생과 간호사는 통일 이후 남북 간의 다리를 놓는 핵심 의료 인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탈 간호대학생들이 통일 이후 보건의료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들의 대학생활 적응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미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경험과 어려움에 대한 몇몇 선행연구가 이루어져, 이들의 도전과제들이 어느 정도 파악된 바 있다. 그러나 간호학 전공의 특성상 실습 교육에서 교수와의 직접적인 교류가 많고 의사소통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들이 교수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관계가 간호대학생으로서의 적응과 진로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을 대상으로 간호학 전공 공부뿐만 아니라 대학생활 전반에서 경험하는 동료 학생들과의 관계, 교수와의 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경험과 인식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이탈 간호대학생의 전반적인 경험을 더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이들의 대학생활 적응과 학업 지속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재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목적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대학생활 경험에 대해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학생의 대학생활 적응을 위한 전략을 논의하고자 하는 질적연구이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 •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특성은 무엇인가?

  • •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학업관련 경험은 어떤 것인가?

  • •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생활관련 경험은 어떤 것인가?

  • •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연구 방법

연구 설계

본 연구는 질적연구 방법의 하나인 주제분석 연구 방법을 사용하였다. 면담 내용은 Braun과 Clarke [13]가 제시한 여섯 단계를 활용하여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경험을 확인하였다.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북한이탈주민으로서 현재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이며, 참여자 수는 9명이었다.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경기도에 소재한 탈북민 청소년 기관을 통하여 의도표집추출(purposive sampling)하였고, 눈덩이 표집법(snowball sampling)을 활용하여 대학 적응 경험을 진솔하게 잘 나누어 줄 수 있는 연구 참여자를 소개받았다. 풍부한 내용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다양한 지역과 학년을 고려한 연구 참여자를 섭외하였고, 최종적으로 9명의 연구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였다.

자료 수집 방법

자료 수집 기간은 2024년 11월 12일부터 23일까지였으며, 면담 전에 일반적 특성을 파악하는 간단한 설문지를 이용하여 소속 대학과 학년, 성별, 연령, 탈북 연도, 탈북 당시 나이, 한국입국 연도, 대학 입학 이전 한국에서의 재학 여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은 ‘간호학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와 같은 비구조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였으며, 간호학 전공 공부와 관련해서는 ‘간호학 전공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과목은 어떤 것이며, 학업 부담은 어떻게 관리하였나요?’, 그리고 교수 및 동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교수와의 관계는 어떠하며, 대학 적응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동료 학생들과의 관계는 어떠하며, 대학 적응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학교 지원과 관련해서는 ‘학교의 지원은 어떤 것이 있으며 도움이 된 것은 무엇이었나요?’와 같은 질문을 기초로, 필요한 부분은 추가적인 질문을 하며 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면담 내용이 포화될 때까지 면담을 지속하였으며, 9명을 면담한 후 면담을 종료하였다. 면담은 모두 1회씩 진행하였으며 약 90분 정도 소요되었다. 면담 후 녹음된 내용은 필사하여 주요어를 분류하고 주제분석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였다.

자료 분석 방법

본 연구는 Braun과 Clarke [13]가 제시한 주제분석 방법을 따랐으며, 여섯 단계에 따른 자료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1단계는 데이터와 친숙해지는 단계로, 필사한 자료를 읽고 또 읽으며 아이디어를 기록하였다. 2단계는 초기 코드를 생성하는 단계로, 데이터 전체에 걸쳐 체계적인 방법으로 흥미로운 데이터의 특징들을 코드화한 후 각각의 코드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3단계는 주제를 찾는 단계로, 코드를 잠재적인 주제에 묶고 각 잠재적 주제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4단계는 주제를 리뷰하는 단계로 코드화된 자료와 데이터 전체와의 관련성을 확인하였다. 5단계는 주제를 정의하고 명명하는 단계로, 각 주제의 특별함과 분석이 말하고자 하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듬어가며 각 주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이름을 생성하였다. 마지막 6단계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로 분석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된다. 이 단계에서는 생생한 사례를 뽑아내고 추출된 자료에 대한 최종 분석과 연구 질문, 문헌자료를 연결하여 최종 논문을 작성해갔다. 세 명의 연구자가 위의 각 단계마다 반복적인 검토와 토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함으로써 잠재적인 주제들을 중심으로 분석 범위를 구체화하였다.

연구의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자 소속기관의 서울대학교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후(IRB No. 2411/002-001) 자료 수집을 시작하였으며, 연구 참여자 및 주제는 드러내기를 꺼리는 민감한 부분일 수 있어 참여자의 신원 및 사적인 부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였다. 면담 전 연구 목적과 면담 방법 및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에 동의하는 경우 면담을 시작하였으며, 언제라도 참여자가 원할 경우 중단할 수 있음을 미리 공지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자료는 익명으로 처리하여 연구자들만이 자료를 공유하였으며, 녹음자료는 연구책임자와 자료 수집자가 보관하다가 논문 게재 후 폐기할 예정이다.

연구의 엄밀성 확보

본 연구에서는 Lincoln과 Guba [14]가 제시한 네 가지 신뢰성(trustworthiness) 기준인 진실성(credibility), 전이가능성(transferability), 의존성(dependability), 확인 가능성(confirmability)을 토대로 질적연구의 엄밀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자가 이해한 바가 참여자의 의도와 일치하는지 확인하였고, 다수 연구자 간의 코딩 및 해석 과정을 서로 비교 및 조정하여 분석의 왜곡 가능성을 낮추어 진실성을 충족하고자 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의 배경이나 조직문화, 연구 대상이 된 상황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연구 결과가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전이가능성을 높였다. 연구 절차와 분석 과정을 면밀히 문서화하여 연구 과정이 일관될 수 있도록 의존성을 확보하였고, 연구자의 가치관이나 과거 경험이 연구 결과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수시로 점검하고 기록함으로써 확인 가능성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본 연구가 참여자의 실제 경험과 맥락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다른 상황에도 적용 가능할 수 있는 견고한 연구로서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였다.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의 연구자는 박사과정 중 하계세미나를 통해 다양의 질적연구 관련 세미나를 수강하면서 질적연구 방법론과 실제 사례를 폭넓게 학습하였다. 또한 질적 논문 경험이 풍부한 교수자의 조언을 토대로 주제분석 방법론을 적용한 연구를 학술지 게재 논문으로 준비함으로써, 연구자로서의 전문성과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다.

연구 결과

본 연구의 참여자는 9명으로 모두 여성이었으며, 연령 분포는 각각 24세 1명, 28세 1명, 32세 1명, 33세 2명, 34세 3명, 35세 1명으로 평균 연령은 31.89±3.59세였다. 거주 지역은 경기도 4명, 서울 3명, 충남 2명이었으며 학년 분포는 2학년 4명, 3학년 3명, 4학년 2명이었다. 북한에서 고등교육과정을 마친 참여자는 5명이었고, 남한에서 고등교육을 위해 대안학교를 다닌 참여자는 3명, 검정고시를 이수한 참여자는 1명이었다. 1명의 참여자를 제외한 나머지 참여자는 남한에 가족이 있었다(Table 1).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N=9)
No. Age (years) Region University (year) Immigration (year) Defection (year) High school graduation status in South Korea
1 33 Gyeonggi 2 2021 2009 Alternative school
2 24 Gyeonggi 2 2019 2019 Alternative school
3 33 Seoul 4 2011 2005 High school equivalency examination
4 35 Chungnam 4 2013 2007 None*
5 34 Chungnam 3 2016 2015 None*
6 32 Seoul 2 2019 2009 Alternative school
7 28 Gyeonggi 2 2021 2013 None*
8 34 Seoul 3 2019 2012 None*
9 34 Gyeonggi 3 2014 2008 None*

* Those without a South Korean educational background are participants who have completed senior middle schooling in North Korea.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6개의 주제와 19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Table 2). 도출된 6개의 주제는 ‘경험에서 비롯된 간호사의 가치 인식’, ‘끝없는 학업적 도전과 적응의 여정’,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의지’, ‘소속감과 고립감 사이의 양가감정’, ‘받기보다 주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에 대한 감사함’으로 구성되었다.
Table 2
The Result of Thematic Analysis
Themes Sub-themes
Recognition of the value of nursing through personal experiences Past medical-related experiences of North Korean families
Pragmatic decisions for adapting to contemporary South Korean society
A calling to contribute to future healthcare advancements
The ongoing journey of academic challenges and adaptation High academic intensity and competitive culture in nursing education
Difficulties stemming from limited prior learning experiences
Belief and pride in one’s capabilities
Regaining confidence and fostering growth through academic achievement
The will to rise above challenges in life Independence and the will to overcome
Challenges in building harmonious social relationships
Overcoming difficulties while reflecting on the defection journey
Intrinsic motivation for adaptation
Ambivalent emotions between belonging and isolation Difficulties in building interpersonal relationships and feelings of isolation
Ambivalent feelings about revealing one’s background
Desire for closer faculty-student bonds
Isolation from lack of family support
A spirit of giving rather than receiving Aspiration for self-help groups
Demand for academic and emotional support for junior students
Gratitude for irreplaceable freedom Appreciation for a new life
Moving forward without complacency

주제 1. 경험에서 비롯된 간호사의 가치 인식

● 과거 북한 가족의 의료 관련 경험

참여자들은 북한에 있는 부모나 조부모가 실제로 의료계에 종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의료 환경에 노출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누군가를 돕는’ 역할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되었다. 또한 탈북 이전 북한의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한 가족의 질병과 죽음을 직접 목격하면서 느낀 상실감을 통해 의료적 돌봄에 대한 필요성과 절실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가족과 관련된 의료 관련 경험은 연구 참여자들이 남한에서 간호학과 진학을 결정하는 동기로 작용하였다.
“저희 부모님들이 다 이쪽, 의료계 쪽으로 할머니 의사셨고 엄마도 약간 간호사 역할을 왕진 다니시면서 이렇게 치료를 해주셨고 이런 거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그래서 그게 너무 멋있어 보이고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굉장히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참여자 1)
부모님이 두 분 다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중략) 거의 나중에 하루 전에 출혈을 진단받았는데 이미 손 쓸 수가 없어서 그냥 집에서 앓다가 돌아가셨고 아빠도 (중략) 갑자기 길가에 쓰러지셔 가지고 병원도 못 가고 그냥 집에서 앓다가 갔거든요. (중략) 그래서 아빠 엄마 같은 분들 좀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 같아요.” (참여자 2)
“어릴 때부터 원래 해야 되는 게 간호인 줄 알았어요. 근데 동생이 좀 많이 아팠어서, 그래서 간호를 하기로.” (참여자 8)

● 현재 남한 사회에서의 적응을 위한 현실적 선택

참여자들은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남한 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제적·직업적 안정과 남한 사회에서 성공적인 적응을 고려할 때 ‘간호’가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선택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간호조무사로 일하기에는) 월급은 작고 그리고 발전이 없고 승진을 못해요. (중략) 제가 건강검진센터에서 일 했었는데 간호 자격증이 있어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도 자격이 주어지고 그래서 대학교를 나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참여자 2)
“실제로 한국에 와서 보니까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잖아요. 근데 또 그나마 그래도 저희 쪽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 간호이고 그리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별 지장이 없고 여러모로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참여자 8)

● 미래 의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명감

참여자들은 통일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의료 지식과 돌봄을 전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였다. 단순한 질병 치료나 신체적 간호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적·정신적 측면까지 함께 돌보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으며, 경험했던 북한 의료 환경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 및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남한에서 받은 지원과 혜택에 대한 감사함을 바탕으로 통일 후 남-북한 의료체계의 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의료 전문인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비추었다.
“미래에 저는 통일되면 북한, 최종적으로는 북한에 가서 (중략) 통일된 후에 누군가는 가야 되는데 저는 그래도 제가 거기서 태어났고 거기서 경험이 있고 (중략) 정말 그런 다리 역할을 하면 되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참여자 3)
“나도 이때까지는 나랑 가족만을 위해서 살았는데 그러니까 저희가 혜택을 많이 받잖아요. (중략) 그래서 그냥 나도 뭔가 이 사회에 조금 좀 이렇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중략) 나도 사람의 육체뿐만 아니라 경험적인 그러니까 영혼까지 치료해 주는 그런 사람이 이거 이렇게 되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그냥 그때 딱 생각이 들었었어요. (참여자 6)

주제 2. 끝없는 학업적 도전과 적응의 여정

● 간호학과의 높은 학업 강도와 경쟁 구도

간호학과라는 전공 특성상 참여자들은 방대한 학업량과 임상실습, 그리고 다양한 팀 프로젝트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학업 환경은 자연스럽게 경쟁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상당한 학업 부담과 스트레스를 초래하였고, 참여자들은 이에 대한 버거움을 드러냈다.
“이게 진짜 내가 이상한 건지. 근데 그 아이들이 또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그 환경이 그런 것 같아요. 그 사람들 자체는 그냥 순수한 사람들일 텐데 이게 여기 간호학과나 이런 환경에서 주는 그런 압박 너무 경쟁이 이게 좀 일상이 되어버리다 보니까.” (참여자 1)
“기말에 열심히 공부를 해야 되는데 팀플이 너무 많은 거예요. (중략) 다른 친구들한테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 팀플 먼저 하고 나서 공부를 하려니까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해가지고 지치는 거예요. (중략) 눈물이 막 나고 숨이 막 안 쉬어지는 거예요.” (참여자 6)

● 학습 경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

참여자들은 북한과 남한의 교육 체계 차이와 탈북 과정에서 오는 교육의 단절로 인해 다양한 학업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장시간 집중력 유지의 어려움, 비판적 사고 능력의 부족, 그리고 문서 작성 능력의 미숙함을 호소하며 이러한 문제들이 학업 수행과 과제 완성에 있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토로하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북한 사람들은 저도 그렇고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많이 못했잖아요. 그래서 이게 경험이 없고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요. 몸에. 그래서 한국 친구들이랑은 너무 다르게 공부도 그냥 한 시간이 정말 많은 거고 그리고 꾸준히 못하고 이거를 뭔가 집중해서 이렇게 몰입해서 하는 그런 게 경험이 없다 보니까 습관이 안 되어 있어서…” (참여자 1)
“비판적 사고 이것도 이해가 안 되면 너무 어려운 거예요. 비판적 사고. 많이 생각을 해 본…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그냥 몸으로 막 일하면서 살았잖아요. 막 진짜 땀 흘리면서 일하면서 했는데 저에 대해서 생각도 막 깊이 해본 적이 그렇게 없단 말이에요.” (참여자 6)

● 자기 능력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

참여자들은 자신의 학업적 어려움이 능력 부족이 아닌 교육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노력하면 일정 수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기도 하였다.
부족한 게 내가 북한 출신의 사람이기 때문에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시기가 없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바보라서 모르는 게 아니고 나는 이제 그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좀 이런 전공을 따라가는 게 어렵다 좀 도와달라 이렇게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어요.” (참여자 3)
“저도 어렸을 때 공부를 (중략) 열심히 약간 저도 이제 공부를 하는 그런 편이라서 (공부)하던 폼은 있어요. (중략) 쉽지 않은데 하면 ‘내가 안 했었구나 약간 투자를 안 했구나’ 그걸 약간 이제 경험을 하는 거였고… (중략) 정말 목숨 걸고 내가 한 게 아닌 거는 본인이 더 잘 알잖아요. 그래서 내가 하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는 약간 그런 그런 계기는 되죠. (중략)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막 보여주고 싶어 해야 되는 약간 그 오기가 있어요.” (참여자 5)

● 학업 성취를 통한 자신감 회복과 성장

참여자들은 학업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조금씩 향상되는 학업 능력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성취들을 모아 긍정적인 학습 경험을 형성함으로써 더욱 적극적으로 학업에 임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영어 시험 쳤는데 그때 100점을 맞아서 되게 수준은 높은 수준은 아닌데 그때 되게 또 좋았어요. 그래서 막 사진 찍어서 그 센터에다가 ‘선생님 제가 이렇게 100점 받았습니다’ 하고 보내드리고, ‘앞으로 이런 거 많이 보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좋았습니다.” (참여자 4)
“정말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더 두세 번 생각하게 되고 다시 꼼꼼하게 세워서 (중략) 그걸 성취할 때 느끼는 그 뿌듯함으로 인해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으로 뭔가 그래 해냈네 할 수 있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참여자 8)

주제 3.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의지

● 자립과 극복 의지

참여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타인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자립심과 책임감이 요구됨을 깨닫고 있었다.
“제가 모자라서 못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제가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 2)
“내가 어렵다고 우는 소리하고 한다고 해서 누가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하니까 그냥 본인이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참여자 6)

● 원만한 사회적 관계 형성의 도전

참여자들은 대학생활 적응 과정에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이를 회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갈등 상황 속에서도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불편해진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었다.
“제가 그 학생을 되게 미워했거든요. 미워하는 제가 더 너무 힘들어서 그냥 내려놓고 걔를 안 미워하기 시작했어요. (중략) 내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내가 걔를 그렇게 내가 그때 그렇게 당했다고 지금까지 미워해왔구나.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안 미워하기로 하고 보면 제가 먼저 인사하고 (중략) 먼저 말을 걸고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참여자 4)
“서로 힘들면 날카로워지니까 트러블이 나는 것 같았고 (중략) 좀 속상해가지고 개인적으로 찾았어요. (중략) 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너가 함부로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얘기를 했고 (중략) 그런 과정이 있으면서 좀 더 돈독해지는 관계가 돼서 지금 그 친구랑 너무 친해요.” (참여자 8)

● 탈북 과정 떠올리며 이겨내는 고충

참여자들은 학업의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힘들었던 탈북 과정을 떠올리며 현재의 도전을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던 위험한 여정과 제3국에서의 불안정한 생활 등에서 겪었던 극한의 상황들을 떠올리며 현재 직면한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덜 힘든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공부를 하면서 너무 어려운데 탈북 과정을 생각을 하면 이게 어렵지가 않는 거예요. 너무 너무 힘들었어서. (중략) 북한에서의 삶이랑 이렇게 되돌아보면 공부하는 거는 공주가 그냥 앉아서 그림 그리고 있고 글자 쓰고 있고 약간 이런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그걸로 또 버티는 것 같아요. (중략) ‘내가 탈북을 했는데 내가 이 공부를 못하겠어?’ 약간 이런 마음인 것 같아요.” (참여자 1)
“내가 북한을 넘어오고 중국을 넘어오고 태국을 넘어오면서도 그 힘든 거를 다 했는데 지금 여기 앉아서 누군가가 다 대주는 공부도 못하면 저도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참여자 7)

● 적응을 위한 내적 동기

참여자들은 북한에서 제대로 얻지 못했던 교육 기회에 대한 갈망, 주변의 도움으로 인해 대학생활 적응의 수월함에 대한 감사함,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 등을 원동력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 남한에서는 ‘사막에서도 산다’고 표현하는데 (아빠가) 북한식으로 ‘너는 돌 위에서 있어도 살 수 있다’ 이런 표현을 하셨는데 저에게 큰 선물이었어요. 저는 그때 어린 나이에 ‘내가 무조건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어요. 그러니까 아는 게 힘이라는 걸 너무 강하게 느꼈거든요. (중략) 그냥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배우지 못했으니까.” (참여자 3)
“저는 그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게 그 주변에서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인 것 같아요. 그 감사함이 자꾸 커지다 보니까 꼭 내가 이거 해내야지 그래서 그분들이 이렇게 나한테 해준 게 의미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고 그리고 또 많은 경험이 좋은 것 같아요.” (참여자 7)

주제 4. 소속감과 고립감 사이의 양가감정

● 대인관계 형성의 어려움과 소외감

참여자들은 같은 학과 동기들과의 큰 나이 차이로 인해 소외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성장배경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 격차로 인해 깊이 있는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로 인해 참여자들은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으며, 때로는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등의 부정적인 경험을 하였다.
“애들한테 물어보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거니까 또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이게 조별 과제를 할 때 의견들을 이렇게 내면 항상 저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밑에 깔리거든요. (중략) 저의 어떤 의견을 좀 확신 있게 어필을 하는 이 자신감이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말해도 수용이 안 되고 들으려고 하지 않고 하니까” (참여자 4)
“근데 이제 병원에 (실습하러) 나가니까 좀 어렵더라고요. (중략) 자기랑 마음 더 맞는 친구랑 좀 이렇게 왔다 갔다 하고 나 같은 경우는 좀 나이도 많고 이러니까 소외되는 느낌이 있어요. 그때는 조금 힘들더라고요. (중략) 아무튼 좀 그런 면이 있고… 왜 나도 그 친구들만 한 나이 때는 나도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또 느끼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어려움이 있어요.” (참여자 8)

● 자신의 배경 노출에 대한 양가감정

참여자들은 자신의 배경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밝히고 싶지만 밝히고 싶지 않은 양가감정을 보였다. 정당하게 도움을 받기 위해 배경을 공개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그로 인해 따르는 부정적인 결과를 직접 경험하거나 간접적으로 듣게 되면서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평범한 인간으로서 덤덤하게 바라봐 주지 않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다.
“(탈북) 오픈한 언니는 다들 (사람들이) 멀리하고 얘기를 안 하고 그러는 거예요. (중략) 북한에서 왔다고 해서 나쁜 친구는 아니잖아요. 근데 확실히 생각이 달라요. (중략) 저도 많이 부딪힌 점이 굉장히 많아서… 저는 말하려고 했고, 제가 거기서 태어난 게 죄는 아니잖아요.” (참여자 3)
“내가 먼저 나를 소개를 해야지 상대방이 열어주든 닫아주든 하는 거잖아요. 가까워지든 멀어지든. 근데 저는 그게 안 되고 있어요. 난 너네랑 다르다라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어쨌든 오픈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어쨌든 제 자격지심인 것 같아요.” (참여자 5)
“난 도움이 필요해서 오픈한 건데 오히려 더 등 돌려대고 하는 애들도 많기는 했었어요. (중략) 오히려 얘기를 하고 합당하게 그냥 (도움을) 받자 싶어 가지고 얘기를 한 건데 오히려 그게 어찌 보면 더 많은 사람들한테 독이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여자 8)

● 친밀한 교수-학생 관계 형성에 대한 욕구

참여자들은 교수진과의 공식적인 면담을 넘어서, 자연스러운 만남과 편안한 소통을 원하고 있었다. 북한이탈주민으로 겪는 학교 적응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원을 희망하였으며 특히 학업적 어려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도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항상 바쁜 일정에 쫓기는 교수진과의 관계가 형식적인 면담에 그치게 되어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지원도 있으면 좋겠지만 지원이 아니어도 뭔가 같이 교수님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그냥 평소처럼 그냥 대화를 나눈다거나 진짜 그냥 편하게 일상을 나누는 이런 게 있었으면 참 좋겠어요. (중략) 그리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그런 교수님들도 계셨으면 좋겠고…” (참여자 1)
“학교에 강의하는 교수님이니까 어떤 게 어려운지 알 거 아니에요. (중략) 그래서 그냥 공부도 좀 가끔 봐주고 그렇게 했으면 좋을 텐데 바쁘니까 그럴 여유는 안 보여서 시작을 안 한 것 같긴 해요. 그냥 가면 계속 바쁘시고 잠깐만 기다려 이러고 그냥 해야 되니까 하는 면담 같은 느낌이어서… (중략) 좀 저한테 채찍질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참여자 2)
“저희 학교 교수님들 진짜 다 좋으신데 조금 우리에 대한 그런 관심은 그렇게… 진짜 10분씩 저희 학교 이제 면담 일정 나오면, 워낙… 교수님들도 워낙 바쁘시니까.” (참여자 9)

● 가족 지지체계의 부재로 인한 고립감

참여자들은 남한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지지를 받지 못해 마치 가족이 없는 것과 다름없는 깊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나 가족 간 갈등이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가족’의 의미 자체에 대한 혼란을 겪기도 하며 의도적으로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하였다.
“저 혼자 살잖아요. 언니 하나 있는데 거의 혼자잖아요. 그래서 뭔가 의지하고 이런 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중략) 언니가 도와준다고 했는데 안 도와줘요. (중략) 그때그때 어려운 걸 털어놓을 수 없어서 그냥 혼자 눌렀던 것 같아요.” (참여자 2)
“가족은 없고요. 있기는 있는데 (중략) 왕래를 안 해요. 왜냐면 어머니하고 사이가 안 좋고 어떤 약간 어렸을 때 좀 그런 상처 이런 것들이 있어서… (중략) 현재 지금의 생활에 지장이 될 만큼 기억들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에 내가 그러지 않아도 대학생활이 힘든데 이 기간 동안에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다 제거하고 싶어서 지금은 연락을 거의 안 하고 있어요. (중략) 그래서 이거 가족이라고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참여자 4)

주제 5. 받기보다 주고자 하는 마음

● 자조 모임에 대한 소망

참여자들은 유사한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의 자조 모임에 대한 필요성을 표현하였다. 서로의 경험과 어려움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학업과 적응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극복해갈 수 있기를 희망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자조 모임이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모임이기를 소망하였다.
“뭔가 북한 친구들만 모이는 그런 장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진짜 편한 장소 모임 같은 거 그룹을 좀 조성해주면 좋겠어요. 우리끼리는 서로 아니까 그냥 진짜 편하게 막 얘기를 하고 그래서 오히려 그러면 더 친해지기도 하고 같이 공부할 수도 있고 뭔가 프로그램 같은 거 진행이 되면 배울 수도 있는 거니까 이게 편하게 말을 못 하는 것도 굉장히 이게 좀 그거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참여자 1)
“딱 북한 사람들끼리는 아니지만 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아서 동아리 같은 운동 같은 활동 같은 경우 자조 모임 같은 이런 거 이런 것도 있으면 좋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게 하나도 없어서 있으면 참여를 하는데. 없어서 못 하는 경우도 꽤 많았던 것 같아요. 1, 2학년 때는 시간이 꽤 많거든요. (중략) 제일 힘든 시기가 1, 2학년 때거든요. (중략) 항상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그런 방향성 있는 모임이면 100번이라도 참여할 수 있는 의사가 있어요.” (참여자 8)

● 후배들을 위한 학업적 · 정서적 지원 요구

참여자들은 학교 적응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들을 제시하였다. 기초학습의 선행과 독서를 통한 사고력 향상 등의 방법이 간호학과 진학에 따른 학업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특히, 북한 교육체계에서 배우지 못한 기초지식을 보완함으로써 남한 학생과의 학업적 격차를 줄일 수 있고, 비판적·논리적 사고력 향상을 통해 보고서를 비롯한 과제 및 발표 수행의 능력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또한 적응 과정 속에서 불가피하게 겪게 될 불안, 외로움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주변의 지속적이고 진심 어린 관심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제 인생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 그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저같이 혼자 사는 애들은 아예 의지하는 게 없으니까.” (참여자 2)
“좀 기초 공부를 좀. 일단 모든 게 기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략) 간호하게 되면 정말 사실 기초도 안 되면 진짜 안 되거든요. 그런 간단한 기초지만 그거를 정말 열심히 해서 하는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참여자 3)
“독서를 좀 많이 할 걸, 이제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거예요. (중략) 독서를 좀 많이 접해서 뭔가 내가 아웃풋이 인풋이 확 많아야지 뭔가를 이렇게 좀 글을 쓸 때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중략) 결과물까지 나오는 연습을 어쨌든 후배들이 많이 했으면 굉장히 대학 학생이라는 그거에 맞는 뭔가 좀 좋지 않을까 보고서를 쓰든 뭐를 쓰든 어쨌든 내가 뭔가 있어야 되지 쓰는 거잖아요. (중략) 요약하는 그런 것들. 저는 제일 필요한 역량이 그거였습니다.” (참여자 5)
“뭔가 나의 목표가 명확해야 된다. 뭔가 내가 이거를 생각할 때 나의 그 지원했던 동기가 그리고 내가 하려고 하는 목적이 좀 흐릿하며 늘 그런 의문이 들 것 같아요. 내가 공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중략) 시작할 때의 그 동기가 확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의미를 잃지 않고 늘 뭔가를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참여자 7)

주제 6.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에 대한 감사함

● 새로운 삶에 대한 감사함

참여자들은 북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대학생’이라는 새로운 신분과 자유로운 삶에 대해 깊은 감격과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에게 남한에서의 간호대학생활은 단순한 학업이 아닌 그 이상의 삶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과거의 결핍 경험이 오히려 현재의 자기실현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함을 나타내었다. 또한 제한된 기회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사실에 대해 깊은 감사함을 표현하였다.
“처음에 OT 할 때 진짜 너무너무 기뻤어요. (중략) 나도 이제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이 된다라는 게 너무너무 기뻐서 탈북한 한국에 들어오는 그때보다 더 기뻤던 것 같아요. (중략) 진짜 너무 감사했고 내가 대학교 다닌다니 대학생이 대학생이라니 막 이러면서 너무너무 기뻤던 것 같아요. 그때 좀 감격스러웠어요. 자랑스럽기도 하고 살아서 여기서 이렇게 다닌다는 게.” (참여자 1)
“제가 대학생이 될 수 있다는 거 꿈도 못 꿨죠. (중략) 제일 큰 거는 제 신분에 대학생이 됐다는 게. 제일 저 고등학교 초등학교도 못 갔다니깐요. 근데 대학생이라는 말이 돼요. 되게 이거 어깨뽕이… 되게 뿌듯했어요. 어디 가서 대학생이라고 잘 말하고 진짜 그것도 간호학과라고 하면 너 공부 잘하나보다 이러거든요.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참여자 2)
“늘 진짜 이렇게 해주는 정부에도 너무 감사하고 그리고 또 어찌 보면 북한에서 태어난 것도 감사하다고 생각을 해요. 거기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렇게 (남한으로) 올 수도 있고 공부할 수도 있고 (중략) 정말 이런 여러 손길들이 도움을 주시고 있고 저희가 하고 싶으면 정말 어떤 길도 다 열려 있는 것 같아요. (중략) 그래서 저는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 제일 큰 부분이 항상 감사한 마음인 것 같아요.” (참여자 7)

●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감

참여자들은 단순히 간호대학 졸업에 그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열망을 보였다. 대학원 진학, 국내 임상경험 축적 그리고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싶은 의지를 나타내었다. 또한 미래의 통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의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의지는 현재를 이끌어 나가는 높은 동기부여로 작용하였고, 개인적 성취를 넘어서는 사회적·공동체적 책임감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학교에서 하는 실습이나 이런 것들 많이 경험을 하고 졸업을 해서도 한국에서 잠깐 경험을 쌓고 싶고 한국에 대한 그 간호사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경험을 쌓고 싶고 사실 외국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기는 해요.” (참여자 1)
“내가 여기가 종착점이 아닌 이제 뭔가 거쳐 가는 곳이어야 되는데… (중략) 미국을 가야 되는데 (중략) 질문하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게 뭔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 (참여자 5)
“내가 할 수 있는 걸 많이 일단 배워서 언젠가는 통일이 되겠죠. 그러면 그곳에 가서 (중략)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돌봐 주고 그러면서 복음을 전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참여자 6)
“제 지인분이 미국에서 방문호스피스를 하고 계시거든요. 근데 ‘언젠가는 한국에 도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준비를 내가 하려면 내가 항상 공부를 해야 되겠다 생각이 들긴 하거든요.” (참여자 8)

논 의

본 연구는 북한이탈 간호대학생의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심층적 경험을 탐구하여, 이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학업과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경험에서 비롯된 간호사의 가치 인식’, ‘끝없는 학업적 도전과 적응의 여정’,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의지’, ‘소속감과 고립감 사이의 양가감정’, ‘받기보다 주고자 하는 마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에 대한 감사함’ 등 6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심층 면담 결과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 ‘경험에서 비롯된 간호사의 가치 인식’에서는 참여자들이 간호 전공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그 이면에 내재된 가치관을 보여주었다. 참여자들은 북한의 의료체계 부족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족이나 지인의 질병과 죽음을 직접 목격하거나 의료 종사자인 가족으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인해 의료인에 대한 존경과 돌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경제적 · 직업적 안정이 보장되는 최적의 선택지로 ‘간호’의 선택이 합리적임을 보여주었다. 이는 북한이탈주민 청년들의 가정환경과 성장배경이 그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지위의 획득 수단으로써 대학을 고려한다는 점[15]과 일치한다. 더 나아가 통일 후 북한 의료 발전에 기여하거나 간호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개인적 경험이 단순히 직업 선택을 넘어 사회적 책임감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 주제 ‘끝없는 학업적 도전과 적응의 여정’에서 참여자들은 대학 진학 과정에서 학업 및 임상실습, 경쟁적인 학과 분위기로 인해 높은 학업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는 남한 학습 경험의 부족과 중·고교 교육의 단절로 인해 기초학력이 취약해진 점, 문화적 배경 차이로 인한 ‘비판적 사고’와 ‘문서 작성 능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 결과는 남-북한 학습 방법의 차이가 북한이탈 학생들의 대학 적응에 주요 장애요인 및 중도 탈락의 요인이 된다는 기존 연구[3,4]를 지지한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자신이 ‘배경적 결핍’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면서도, 학업 성취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와 오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능동적인 자아인식’과 ‘자생적인 노력’을 통해 적응하겠다는 것[16]처럼 이러한 ‘자기 능력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은 학업 수행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대학 차원에서의 학습전략 세미나, 기초학력 보완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면 이들의 중도 탈락률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 주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의지’에서 참여자들은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스스로 자립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탈북 과정에서 경험한 ‘생존의 위협’이 현재의 시련을 상대적으로 덜 힘들게 느끼게 한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개인의 역사적 배경이나 부정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 대학생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수용자세가 남한 사회 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17]과 일치한다. 그러나 본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러한 강인함이 때로는 어려움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도움 요청하기보다는 ‘혼자 견디는 방식’으로 나타나 지원 체계로부터 고립될 위험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실제로 북한이탈주민 대학생들이 ‘절박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지만,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9]은 본 연구의 결과와도 연관된다. 따라서 북한이탈 간호대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 멘토링 프로그램과 심리 상담 연계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주제 ‘소속감과 고립감 사이의 양가감정’에서 참여자들은 학교생활에서 소속감과 고립감 사이의 양가감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남한 또래 친구들과의 문화·나이 차이, 자신의 북한이탈 신분을 공개할지 여부에 대한 갈등, 교수진과의 친밀하지 않은 관계 그리고 가족 지지체계의 부재는 기존 연구의 결과[9]와 동일하게 이들이 느끼는 고독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었다. 이는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소외감’과 ‘탈북민임을 드러냈을 때 주변에서 보여준 반응으로 인해 느낀 어려움’을 지적한 기존 연구 결과[16]와 일치한다. 이때 교수와의 밀착된 소통이나 자조 모임 등은 긍정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으나, 교수와의 관계가 어려워 도움을 요청하기가 힘들다는 선행연구[16,18]의 결과처럼 현실적으로는 교수-학생 간의 형식적인 관계로 받아들여지며 충분한 개별 지도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한 가족으로부터도 충분한 지지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여, 부모와 교수 등의 인적 자원으로부터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모습[10,19]과는 상반된 결과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교수-학생 간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확대하고, 북한이탈 간호대학생끼리 서로 학업 · 정서적 지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조 모임이 필요하다는 참여자들의 요구가 확인되었다. 이는 ‘북한이탈 대학생 전문 동아리나 멘토-멘티 시스템’ 개발과 같은 구체적 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다섯 번째 주제 ‘받기보다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참여자들은 학업과 생활 전반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동일한 배경을 공유한 동료나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타적인 태도를 공통적으로 보였다. 특히 이들은 학업 ·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 감당하기보다 서로 돕는 구조’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탈북민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이나 정책에 대한 강한 수요’ [16]처럼 자조 모임이나 멘토링 시스템 구축을 희망하였다. 이는 학업과 생활에서 습득한 시행착오와 정보를 후배들에게 전수함으로써,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능동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이타적 태도는 간호학의 본질인 ‘돌봄과 나눔’ 정신과도 맞닿아 있으며, 통일 이후 보건의료 현장에서 북한이탈주민 간호 인력의 전문성과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주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에 대한 감사함’에서 참여자들은 북한이탈 간호대학생으로서 간호학 공부에 집중하면서도, 무엇보다 ‘남한에서 누리는 자유에 대한 감사함’을 크게 강조하였다. 어려운 탈북 과정을 거쳐 ‘남한 정착의 지름길’ [20]이라는 대학생이 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하며, 현재의 학업이 언젠가는 ‘북한의 의료 발전’과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일’로 확장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 연구[10]에서 보여준 북한이탈 간호대학생의 ‘이타적인 삶’에 대한 태도와 일치함을 보여준다. 아울러 졸업 이후 임상경험, 해외 진출, 그리고 통일 이후 북한 지역 보건의료 기여 등으로 목표를 확장하는 경향은 미래지향적이며 통일 대비 인력양성의 측면에서도 긍정적 의미가 크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북한이탈 간호대학생들은 자신들의 배경으로 인해 학업 수행에서 여러 장애요인을 겪고 있으나, 자조적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간호학 전공 내 북한이탈주민 맞춤형 학습지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보여주며, 교수자와 멘토가 북한이탈 간호대학생의 학업 능력과 정서적 안정을 함께 보살필 수 있는 지지체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본 연구는 간호학이라는 특정 전공 분야 내에서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이 겪는 고유의 어려움과, 그와 동시에 품고 있는 ‘간호사로서의 소명감’을 상세히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 연구는 몇 가지 주요한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참여자 수가 제한적이고 남학생 참여자가 부재하며, 수도권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다양한 경험을 포괄적으로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눈덩이 표집 방법의 적용으로 인해 특정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은 잠재적 참여자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 표본의 편향성과 대표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일 시점에서의 면담으로 인해 참여자들의 경험과 인식이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동적인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특수한 경험과 교육적 요구를 심도 있게 파악하여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기초를 제공하고, 간호교육자들에게 이들의 경험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높여 더 효과적인 교육 및 지도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있다. 또한 문화적 역량을 갖춘 간호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육과정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통일 이후 남·북한 간호교육 통합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장기적인 간호교육 발전 방향 설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향후에는 북한이탈 간호대학생과 지도 교수, 임상실습 현장 지도자가 함께 참여하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나 참여관찰 연구 등을 통해, 교수-학생 간 상호작용의 구체적 양상과 효과적인 학습지원 전략을 더욱 체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이탈 간호대학생의 중도 탈락률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보건의료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핵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대학생활 경험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이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위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주제분석법을 활용한 질적연구이다. 현재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9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심층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6가지 주제를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 이들은 과거의 경험이나 현실적인 선택을 통해 간호학을 선택하였고,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어려운 전공 공부를 도전적으로 극복하며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특별한 신분을 공개하는 데 있어 양가감정을 느끼며 대인관계 형성과정에서 어려움과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기보다는 자신과 같은 후배를 위해 기꺼이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였다. 이들이 원하는 지지체계로는 탈북이민자 동료들과의 모임 구성, 교수와의 긴밀한 관계 형성, 부족한 학업을 보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되었다. 따라서 향후 이들의 학업 적응과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더욱 세심한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는 수도권 지역에 편중된 소규모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단일 시점 면담만을 활용하여 참여자의 경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제한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 간호대학생의 경험과 요구를 심도 있게 파악함으로써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에는 이들을 지도하는 교수자들의 경험과 의견을 반영하여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것을 제언한다.

Notes

Author contributions

DE Seo: Data curation, Formal analysis, Investigation, Writing - original draft. KS Bang: Conceptualization, Data curation, Formal analysis, Funding acquisition, Investigation, Methodology, Validation, Writing - original draft, Writing - review & editing. H Kang: Formal analysis, Investigation, Writing - original draft, Writing - review & editing.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This research was financially supported by the Institute for Peace and Unification Studie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under the project titled “Laying the Groundwork for Unification and Peace” (2024).

Acknowledgements

None

Supplementary materials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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