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2013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아동학대를 범죄로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2021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전년 대비 27.6% 증가하였고, 이 중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건은 전년대비 21.7% 증가하였다. 학대 유형으로는 중복학대가 42.6%로 가장 높았고, 정서학대가 32.8%, 신체학대가 15.4% 순으로 나타났다. 중복학대란 두 가지 유형 이상의 학대를 동시에 가하는 것으로, 신체학대와 정서학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36.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아동학대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아동학대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가정 내 86.3%이며,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83.7%로 가장 많았다[
1]. 특히 언어표현이 서투르고 독립적인 활동을 하지 못해 부모의 돌봄이 많이 필요한 만 5세까지의 영유아기 아동은 아동학대를 겪고 있더라도 외부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2]. 어린 시절 경험하게 되는 아동학대는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있어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며, 성장 이후에도 사회 부적응 문제를 겪게 된다. 또한 성인이 되어 다시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여 세대 간 전이되는 악순환도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아동학대는 사후 개입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3].
1989년 UN아동권리협약에 의하면 모든 어린이에게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공표하였다[
4]. 하지만 대부분의 아동학대 행위자들은 아동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양육방법에서 학대와 훈육의 경계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교중심의 가부장적 사회문화 속에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도 훈육으로 정당화하며 아동학대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5]. 즉 아동학대 행위자들은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아동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며 부정적인 양육행동을 함으로써 아동학대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아동학대는 지속되고 반복될수록 점점 무뎌지고, 강도가 심해지게 된다[
6]. 아동학대의 유발요인으로는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태도와 양육방법 미숙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아동학대 가해부모의 경우 높은 양육 스트레스를 느껴 처벌적 훈육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
Belsky [
8]는 부모의 양육행동의 변수들을 파악하기 위해 양육 결정요인 과정모델을 제시하였다. 이 모델은 생태학적 관점과 전생애적 관점을 근거로 어떠한 요인이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를 설명하였다. Belsky [
8]의 양육 결정요인 과정모델에 따르면 양육행동은 부모의 특성(parent characteristics), 아동의 특성(child characteristics), 상황별(contextual) 요인의 3가지 유형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양육행동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특히 부모의 특성(부모의 발달 경험, 부모의 성격, 직업, 결혼관계 등)이 아동의 특성이나 상황별 요인보다 양육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8]. 즉 부모가 어릴 적 학대받은 경험이 있거나, 부정적인 정서와 양육 스트레스가 높다면, 부적절한 양육행동을 하게 되어 자녀에게 거부적이고 강압적인 훈육방식인 체벌을 사용하여 아동학대를 초래하게 된다[
7].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의 특성으로는 자녀 발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하고, 자신의 절제력과 감정 및 욕구 조절이 부족하였다[
9]. 따라서 아동의 발달단계에 대한 이해 및 자녀와의 효과적인 대화법에 대한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의 정서조절 방법과 양육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아동학대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10].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Belsky [
8]의 양육 결정요인 과정모델을 이론적 기틀로 적용하였다.
부모의 정서상태와 양육 스트레스 또한 부모의 아동학대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0]. 따라서 본 연구에서 부모의 정서상태 중 긍정정서 반응을 알아보고자 한다. 긍정정서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여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11]. 긍정정서의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12], 첫째, 과거에 경험한 긍정적 순간들의 기억이 새로운 긍정정서를 형성하도록 하여 기분을 좋게 하고, 둘째, 사고와 행동을 확장시켜 인지기능과 창의성을 증진시켜 스트레스를 유연하게 대처하게 하며, 마지막으로, 긍정정서는 부정정서를 약화시키고 심리적 회복을 돕는다. 따라서 긍정정서가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양육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심리적 회복이 이루어져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자녀를 통제하게 되고 아동학대와도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는 연구들이 있다[
10].
양육 스트레스란 일상생활에서 부모의 역할 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특정한 스트레스라고 정의하였다[
13]. 구체적으로, 자녀가 출생하면서 겪게 되는 역할과 생활의 변화, 가족의 구조와 관계의 변화 등으로 인해 양육의 부담이 커지고,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어려움이 반복되고 지속적으로 가중되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양육 스트레스라고 한다[
13]. 부정적인 양육행동의 결과로 부모가 양육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상적이고 누적되는 스트레스 상태를 의미하며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12]. 양육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나는 부모의 경우, 본인들은 훈육의 목적이라고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부적절한 양육행동인 체벌을 하게 되고 이는 아동학대와도 직결된다[
7]. 심지어 학대 행위자 본인조차 자신의 행위가 아동학대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동학대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5] 양육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은 아동학대 예방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본 연구에서 부모에게 아동학대 위험성을 예측하기 위해 아동학대 잠재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Milner 등[
14]은 아동학대의 예방적 차원에서 논의되는 개념으로 아동학대 잠재성을 설명하였다. 아동학대 잠재성이란 실제로 발생되지 않았지만 아동학대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14]. 아동을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사람들의 예측되는 특성들을 많이 지닌 사람들에 대해서 선제적인 예방교육 및 관리감독을 한다면 아동학대 잠재성을 감소시켜 아동학대를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잠재성을 잘 파악할 수 있다면 아동학대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2].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예방 프로그램을 분류할 때 예방의 목적, 주요 대상 및 서비스 전달 시기에 따라 1~3차 예방 프로그램으로 구분하였다. 1차 예방은 지역사회 차원에서 일반가정의 부모 대상 프로그램, 2차 예방은 고위험이 예상되는 취약 집단에 아동학대 발생 전 개입 프로그램, 3차 예방은 이미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치료와 재발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3].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일반가정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학대 예방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아동학대의 학대 행위자 처벌이나 치료 위주의 사후 개입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매년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1], 아동학대는 세대 간 전이 위험성이 있으므로[
15], 사후 개입보다 1차 예방 프로그램 수준의 사전 교육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선행연구 고찰 및 Belsky [
8]의 양육 결정요인 과정모델을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부모의 돌봄이 많이 필요한 만 1~5세 아동의 부모를 대상으로 긍정정서 반응, 양육 스트레스와 아동학대 잠재성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고자 한다.